[첫문장]
글을 쓰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말하듯이 글을 쓰세요.”라는 조언을 할 때가 있어요. 이 말은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예요.
11p. 글을 쓰는 하나하나의 단위는 바로 문장이에요.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할 때 완결된 내용을 나타내는 단위를 문장이라고 한답니다. 그러니 문장을 잘 표현하는 것이 글을 잘 표현하는 바탕이 되는 거예요.
16p.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문장을 간결하게 쓰는 거예요. 주어와 서술어의 간격이 벌어질수록, 주어가 많아질수록, 호응을 맞추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점을 기억해 두세요.
22p. 제 취미는 책 읽기, 영화 감상, 자전거예요.
‘책 읽기, 영화 감상, 자전거’가 같은 자격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죠? ‘영화 감상’과 ‘자전거’를 ‘책 읽기’와 같은 자격으로 이어 주려면 형식을 맞춰서 통일해야 해요.
제 취미는 책 읽기, 영화 감상하기, 자전거 타기예요.
29p. 글을 쓸 때는 가능한 한 필요한 정보들을 정확하게 제시해 주어야 해요. 혹시 문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지나친 생략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읽는 사람이 문장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게 하는 것이 글을 쓰는 사람의 책임이자 배려이기 때문이지요.
39p. 일상에서 읽기와 쓰기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인터넷을 바탕으로 할 때가 많아요. 저도 스마트폰으로 새로운 소식을 확인하고, SNS나 인터넷 게시판에서 사람들과 의견 교환을 한답니다. 이렇게 인터넷으로 글을 읽고 쓰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간결한 문장으로 글을 써야 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어요. 빠른 시간 안에 이해되는 글, 스마트폰 화면으로 봐도 부담이 없는 글을 쓰려면 간결한 문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43p. 그렇다면 평소에 글을 쓸 때 긴 문장은 항상 짧게 나누어 주어야 하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문장의 길이를 적절하게 섞어 주는 것도 표현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짧은 문장과 긴 문장은 각자의 장점을 지니고 있거든요.
54p. 단어나 문장을 검토할 때 띄어쓰기만큼 편집자를 까다롭게 하는 것도 드물어요. 전 국립국어원 원장님이 “나도 띄어쓰기가 자신 없다.”라고 하신 말은 편집자인 저에게 묘한 안도감을 주었어요. 누구에게나 어려운 것이 국어의 띄어쓰기로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거든요.
띄어쓰기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허용과 예외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대한 중학교’도 맞지만 ‘대한중학교’도 맞고, ‘읽어 보다’도 맞지만 ‘읽어보다’도 맞아요. 그런데 이렇게 허용과 예외가 많다는 것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고 사용자의 편의를 배려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에요.
76p. ‘한 개’, ‘이백 원’이라고 띄어 쓰는 게 맞아요. 어색하시다고요? 붙여 쓰셨다고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띄어쓰기를 잘못하고 계셨던 거예요. 제시된 사례들을 보면서 띄어쓰기를 확인해 보세요.
86p. 어떤 사람들은 ‘한글 맞춤법’이 굉장히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한글은 세계의 어떤 글자보다 맞춤법이 쉬운 글자인지도 몰라요. 왜냐고요? 한글은 우리말의 발음을 거의 그대로 표시할 수 있는 문자이기 때문이지요. 국어 수업 시간에 한글의 특징을 배우면서 들었겠지만 발음과 표기가 이렇게 잘 맞아떨어지는 문자는 그렇게 흔하지 않거든요.
96p. 원래 ‘노랗다, 동그랗다, 조그맣다’를 어미 ‘-네’와 결합할 때는 ‘ㅎ’을 탈락시켜 ‘노라네, 동그라네, 조그마네’와 같이 써야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노랗네, 동그랗네, 조그맣네’와 같이 ‘ㅎ’을 탈락시키지 않고 쓰는 것도 인정된답니다.
헷갈리는 표현을 공부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네요. 지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표현들이 몇 년 후에는 당당하게 표준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죠. 만약 그 표현을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쓴다는 전제가 있다면요. 그렇다면 맞춤법 중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다른 사람은 다 맞게 쓰는데 자기만 틀리게 쓰는 표현이 아닐까요? 그런 일이 없도록 조금 더 꼼꼼하게 살펴보도록 해요.
112p. 세계사 시간에 배운 인물 중에서 저를 혼란스럽게 했던 사람은 서로마 제국의 황제 카롤루스(Carolus) 대제였어요. 표기가 여러 가지여서 서로 다른 사람인 줄 알았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은 사람의 이름을 카를(Karl), 샤를마뉴(Charlemagne), 찰스(Charles)라고 다 다르게 표기했더라고요. 그래서 역사적 인물이라면 다른 언어로 된 이름도 참고할 수 있게 적 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130p. 이처럼 편집을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것 중 하나는 표기의 일관성이에요.
한 권의 책이나 한 편의 글을 쓴다고 할 때 내용의 흐름은 계속 달라지겠지만 표현과 표기는 일관성을 갖추어야 해요.
예를 들어 글쓴이를 지칭할 때, ‘필자’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라고 할 수도 있고, ‘저’라고 할 수도 있죠. 여러 가지 표현이 마구 쓰이면 독자는 헷갈릴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등장인물이나 사물을 지칭할 때도 이름이나 부르는 방식을 똑같이 맞춰 주는 것이 좋아요. (물론 파격적인 글을 구상하고 계신다면 그 무엇도 꼭 지켜야 할 필요는 없답니다.)